상처는 치유될 수 없다
그저 내가 어디에 상처가 있는지 기억했다가, 알아뒀다가, 그 부위가 쓸리지 않게 조심하는 수 밖에.
또는 시간 날 때마다 마데카솔을 발라주는 것 밖에. 그래도 흉터지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결코 없어질 수는 없는거야.
가족을 떠올렸을 때 기억나는 아픈 기억들이 있다.
고3 때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때
엄마가 적당히 울라고 했다. 별것도 아닌 거에 힘들어 한다고 했다
그 뒤로 나는 부모님한테 내가 한없이 무너지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두렵다.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다
대학 이후 타지에 나와서 힘든일이 있어서 부모님한테 전화를 하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다 힘들다. 지혜롭게 잘 이겨내라.
“누구나”?
내가 겪는 이 고통과 힘듦이 누구나 거치는 통과의례처럼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짜증났고 아 지금 생각해도 짜증나네
내가 살찌거나 많이 먹을 때
벌써 배고프냐? 또 먹나? 적당히 먹어라.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다. 너무 과하다. 뭐든 적당해야 좋은거다. 억지로 먹지 말아라.
난 배고파서 맛있어서 먹은건데
억지로 먹지 말라고? 그게 무슨 뜻이야..?
너무 과하다고? 난 배고파서 그런건데
너무 살쪘다 저녁은 간단히 먹어라 아침은 간단히 먹어라 뭐 맨날 간단히 먹으래 짜증나게
먹을거 챙겨주지도 못하면서
혼자 지내다 보니 잘 못챙겨 먹으니까
먹을 수 있을 때 배고파서 많이 먹게 되는건데
근데 적당히 먹으라고? 왜 이렇게 많이 먹냐고?
고등학생 때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새벽 1시에 집에 돌아왔을 때
배가 고팠다 그래서 식탁 위에 있던 고구마 삶은 것을 먹었다
엄마는 밤 늦게 먹으면 안좋다고 말한다. 먹고 싶으면 하나만 먹으라고 한다 근데 나는 많이 먹었다
엄마는 말한다 너 그러면 살쪄 적당히 먹어라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다
하 나 정말 숨이 막혀
좀 먹으면 안돼? 좀 살찌면 안돼? 난 항상 날씬해야해? 왜? 그건 내가 정하면 안돼?
이해는 해. 엄마 본인도 스스로 관리하는 것 처럼 딸에게도 동일하게 평가하고 관리하는 거지
근데 그냥 나는
워낙 스스로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미는 사람이다
이미 스스로 많이 통제하고 있다
내가 이루지 못한거는 이미 내 선에서 한번 실패로 낙인 찍혀둔 거다
먹을 것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 힘든것
그것들은 당연히 내가 관리하고 있다.
근데 타인으로부터 그 실패를 다시 한번 확인 당하고 더불어 조언까지 들으면
나는 정말 화가 나고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