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가족 단톡방에서 축하할만한 일을 공유했다
축하라기 보다 뭔가를 해냈다
이 때 올바른 표현을 뭘까?
우와 잘했어! 축하해! 라는 표현을 했을 것 같다 엄마 아빠는 그렇게 했다 나도 그랬을 거다 근데 오늘은 문득 망설여졌다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걸까? 그러면 자칫 해내지 않았다면 대단하지 않은 건가? 가족들한테서 이런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해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내가 그랬거든. 가족들한테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싶은데 가장 쉬운게 뭔가 해냈을 때 잘했어! 하는 말이었거든
그게 아니라 사랑해. 너가 참 좋아 그냥 좋아 재미있다 이런 피드백은 듣기 어렵거든 적어도 우리 가족한테서는
그래서 열심히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즐기는 법을 몰라. 왜냐면 그건 어렵거든 그보다 뭔가 성취하면 결과도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피드백이 확실하니까. 뭔가를 성취하면 잘한 것이 확실하니까 그때는 확실히 축하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근데 애석하게도 나는 그 성취의 즐거움만을 맛보고 자라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옥죄왔다 성취하지 못한 나는 뭐지?
그동안은 성취를 잘 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잘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근데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지 결국은 애정을 받고 싶은데 성취라는 대안 만을 쫓고 있었던 거잖아. 그게 본질적으로 내가 추구하던 것이 아니었기에 그냥 이제는 지친다
우와 잘한다 라는 칭찬보다
그냥 내가 좋다는 말을 듣고 싶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다 소중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근데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다 왜냐면 믿을 수 없거든 그냥 내가 좋다는 말에는 왜? 왜 좋은데? 가 납득이 되어야 할 것 같고, 내게 고맙다는 말에도 왜? 왜 고마워? 내게 소중하다 해도 왜? 내가 왜 소중한데? 가 납득해야 할 것 같다
왜냐면, 그렇지 않으면 믿을 수 없거든
왜냐면, 그러지 않을 것 같거든. 그래서 의심스럽거든. 그냥 말뿐일 것 같아서 의심스럽거든.
왜냐면, 그래 보이니까.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냥 말만 해주는 거잖아. 실제로 나를 그렇게 아끼고 내가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나좀 케어해줬어야지. 만약 내가 진짜 소중하고 좋은 사람이라면.
그러면 나는 왜 지금 이렇게 공허하고 외로운건데? 왜 나는 이렇게 혼자 세상을 맞서 싸우는 느낌인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