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생 때부터 수첩에 일기를 썼다

매일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고 일기를 썼다

집에 온 김에 학창시절 내가 썼던 일기들을 보고 나는 정말 너무 슬프고

어린 내가 가엽고 그냥 슬프고 힘들었다

그 일기장들을 보니까 지금의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더라

지금의 내가 괴로워 하고 있는 똑같은 것들로 그때도 괴로워 하고 있더라

폭식하는 내 모습을 자책하고 혐오하고 있더라

계획한대로 공부하지 않은 나 자신을 자책하고 혐오하고 있더라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적극적으로 어울리지 못하고 친구들한테 인기 없음을 느끼는 것을 외로워하고 있더라

근데 지금이랑 다른 점이라면 그때는 악바리가 찼다

그런 힘듦을 느끼면서도 목표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악바리로 해내고 있었다

폭식을 했으면 그 다음날 운동을 3시간하고 음식을 극단적으로 조절하고

목표한 공부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그 다음날 잠을 줄여서 보완하고

관계가 맘대로 안되면 그런 건 지금 다 필요 없는 거라고 합리화를 하는 등.

참 안쓰럽고

그렇게 악에 차서 버티가 지금 지쳐버린 내 모습이 참

내 자신이 참

지금 나는 극복할 힘도 없고

극복해야 할 이유를 못 찾고 있다

그때는 완전 성공에 미쳐있었다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남들은 이런 상황에서 결국 살이 찌겠지만 결국 성적이 떨어지겠지만

난 달라

너무나도 목표 성취 지향적인 아이였다

근데 지금은 그럴 에너지도 없고

근본적으로 그 이유를 못찾겠어서

그렇게 까지 성취하고 남들보다 나아져야 할 이유를 못 찾겠어서

너무슬펐다

지금 나의 고통이

결국 어린 시절의 내 경험에서 왔음에 슬프고

고등학생 때와 똑같은 것 때문에 힘들어 하는 내 현재를 보면서

나 헛살았다 싶기도 하고

결국 중요한 건 모른 척 하고 그냥 남들 보다 빨리 가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시간을 쏟은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정말 내가 고쳐야 하고

아니지고치는 게 아니라

시간을 써서 보살펴 줘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영역은 알겠는데

문제는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폭식증이 있고

외모에 대한 강박이 있고

날씬함 마름에 대한 강박이 있고

능력에 대한 강박이 있고

그렇게 못한 내 모습에 대한 혐오가 있는데

이걸 어떻게 고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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